효율적 시장가설 (EMH)
[ 최종 수정 - 20x0508(금)08:54 ]
효율적 시장가설 (EMH)
문병로 교수의 [ 메트릭 스튜디오 ]를 읽어보면 "수익을 추구하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현실과 괴리된 이론인 효율적 시장 가설"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 글을 통해 EMH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 보려고 한다. 그 창시자인 유진 파마 교수의 행보와 이 이론을 배경으로 등장한 인덱스펀드, 그리고 랜덤워크이론에 대해서도 간단히 살펴 보기로 한다.
1. 유진 파마 교수와 EMH
효율적 시장 가설( EMH : Efficient-market_hypothesis )이란 약형 강형 준강형 어쩌구하는 장황한 이야기는 빼고 짧게 요약하면 자본 시장이 이용가능한 정보를 즉각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가설이다. 이에 따르면 가격은 상품에 대해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빠르게 반영하며, 따라서 그 정보들을 이용하여 장기적으로 시장 수익률을 넘을 수 없다. 1960년대 초 등장한 이 가설은 CAPM 등으로 가지를 뻗었고, 30년 이상 학계와 시장에서 득세하면서 노벨상을 적어도 4개 이상 가져가기도 했다.
이 가설의 창시자인 유진 파마(Eugene F. Fama) 교수의 행보 : 2013년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EMH의 논리대로라면 주식시장에서 개별 주식의 수익률은 시장 전체의 수익율을 의미하는 베타 팩터만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1935년부터 1990년까지의 데이타를 기반으로 파마 교수는 실증적 연구를 진행했고 그 결과물이 1992년 발표된 위험과 수익에 관한 논문. 이 연구를 통해 교수는 베타와 수익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없음을 검증하고. CAPM은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스스로 자신이 주장한 효율적 시장 가설의 허구를 증명한 다음 해인 1993년에는 그 검증에서 시도된 팩터 모델을 보완하여 그 유명한 3 Factor Model을 발표하게 된다. 베타 팩터에 더하여 개별주식의 시가총액에 따르는 사이즈 팩터와 주가 대비 장부가액으로 산정되는 벨류에이션 팩터를 추가한 분석모델이다.
효율적 시장 가설이 내세웠던 개별 종목의 가격을 결정하는 유의미한 변수는 오직 전체 시장의 변동성 뿐이다라는 주장은 틀렸음이 가설의 정립자에 의해 증명되었다. 이 증명은 ①검증을 거치지 않은 기존의 수많은 분석 잣대들이 옳음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②오히려 결과적으로 보면 검증을 통과한 유의미한 변수들을 발견해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한 연구이다. ③실제로 그런 변수들을 가정하고 조합하여 팩터 모델로 만들어 분석하는 방법론을 창안했다. ⓩ검증된 변수를 찾고 조립하는 과정에서 검증에 실패했거나 검증되지 않은 기존 주장들 잣대들은 여전히 노이즈에 지나지 않는다.
눈부시게 발전한 빅데이터 및 데이터 사이언스 기술들에 힘입어 2010을 지나면서 파마 교수가 정립한 팩터 모델에 기반한 분석법은 주식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영역으로 부상했다. 오늘날의 퀀트들이 주로 취하는 방식은 5~6개 정도로 추려낸 팩터 모델.
2. EMH의 부산물 : Index Fund
인덱스 펀드는 실력으로 시장을 이기는 방법은 없다는 주장을 하는 효율적 시장 가설을 배경으로 등장했다. 존 보글에 의해 시도되어 널리 퍼진 접근방법. 그가 연구해 보니 1982년부터 16년간의 데이타에서 미국 증시의 주식형 펀드 점유율은 21%, 뮤추얼 펀드의 연간 수익은 윌셔5000지수(미국 총 주식 시장 지수)로 대표되는 시장 수익의 87%에 불과했다. 이렇게 드러난 사실을 놓고 봤을 때 시장에서 그냥 단순히 골고루 사는 인덱스 펀드가 해답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이게 먹혔다. 2019년 1월 최초의 인덱스 펀드를 만든 존 보글은 사망했지만 지금 시장에서는 액티브 펀드의 자금이 인덱스 펀드로 해가 갈수록 넘어가고있는 상황이다.
ETF는 인덱스 펀드를 증권화하여 매매할 수 있게 한 상품으로 ETF에 대한 투자도 역시 인덱스 펀드에 대한 투자에 속한다. 통계를 통해 드러난 바에 따르면 천명 중 2명 정도만 시장 수익률을 의미있는 수준으로 상회한다. 시장 수익률만큼만이라도 먹겠다는 접근이 점점 비중을 키워가고 있는 이유이다.
이 부분에 대한 문병로 교수의 멘트가 꽤 의미심장하여 인용해 보기로 한다.
나는 이 결론을 ①너무 소극적이고 패배주의적이라고 생각하지만 ②전문가들의 평균적 실력이라는 것이 단순한 시장의 상승률을 못 따라간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요즘도 이 현상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다. 의아하고 신기한 일이다. ③나는 이 현상을 인간의 약점을 나타내는 증거라고 생각하며, ⓩ인덱스 펀드의 필요성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이 개입되지 않는 기계적인 투자의 필요성을 말하는 데이터라고 본다. - 메트릭 스튜디오 中 -
3. EMH의 하부영역 : 랜덤워크 이론
랜덤워크 이론은 매일매일의 무질서한 주가란 과거의 정보와는 아무런 상관성이 없이 무작위적(random)으로 변동하는 것이라고 가정하고 이런 주가의 변동을 만취한 사람의 걸음걸이로 비유하는 발상으로 기술적 분석가들의 패턴 논리에 찬물을 끼얹는 비판론이다. 1900년 초 바실리에(Louis Bachelier)에 의해 농산물 가격의 변동을 설명하기 위하여 제시되었나 1960년대에 오스본(M.F.M. Osborne)과 파마(E.F. Fama)등이 주가변동을 설명하기 위한 실증이론으로 채택함으로써 증권이론의 체계 속에 포함되게 되었다.
미래의 주가변동이 난수의 움직임과 동일하다는 가설로서 기술적 분석 방법에 의한 기존의 주가의 예측 기법은 남김없이 무의미한 접근이라고 주장한다. 주가의 변동은 시계열적으로, 매기 독립적이며 또한 동일한 형태의 확률분포를 갖는 확률변수. 주가의 변동이 시계열적으로 독립적이라는 것은 과거의 주가와 현재의 주가 그리고 미래의 주가와는 아무런 상관성이 없으며, 과거의 시계열 자료로 미래의 주가를 예측한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이 이론대로라면 기도매매만이 정답이고 오직 운이 좋기만을 수동적으로 기다릴 수 밖에 없으며 위험을 관리하는 이외에 적극적으로 능동적으로 취할만한 전략은 애초에 발견될 여지가 없다고 체념하는 것이 당연하다. 문제는 이 이론으로 설명하기 힘든 사례들이 꾸준히 있어 왔고, 또한 실증적인 연구결과들도 슬금슬금 나오고 있다는 점. P/NP의 성공사례는 어떻게 보더라도 운으로 치부할 여지가 없는 확실한 승리 속한다. 어떤 변수를 취하여 검증을 진행하더라도 모두 노이즈로 판명될 뿐이라는 주장은 논리자체만 놓고 봐도 처음부터 근거가 위태로운 아슬아슬한 가설에 가깝다.
그러나 시장이 생각보다 훨씬 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깨우쳐준다는 의미에서 이 이론은 여전히 무거운 가치를 가진다. 능동적 공략이 전혀 불가능하다는 관점은 일단 확정적으로 잘못된 결론이고, 검증의 문제와 확률적 접근을 통해 확인된 변수. 시그널을 운용하는 전략의 문제가 남는다.
정리: 훌륭한 백신
모든 시황에 영원히 먹히는 패턴은 없다. 이것은 대원칙이다. 겨울이 끝나면 봄이 올 가능성은 아주 높지만 이 역시도 엄밀히 따지면 확률적인 패턴이고 가능성일 뿐이다. 4계절과 같은 정도까지는 아니라도 아주 낮은 불확실성을 가지는 패턴이 현실의 일상 속에는 꽤 존재하지만 불확실성이 차원이 다르게 높은 금융시장에서는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4계절이 가지는 낮은 불확실성의 수준을 가지는 패턴을 기술적 차트를 훑어서 발견하게 될 가능성은 0이다.
시장은 카오스의 지배를 받으며 질서는 환상일 뿐이다. 안전한 베팅은 애초에 없다. 모든 투기(내지는 좋은 말로 투자)는 이득을 얻기 위해 자산을 걸고 손실의 가능성 즉 불안을 떠안는 행동으로 설명될 수 있는데. 검증되지 않은 미신을 믿고 안심하는 투자자들에게 이 이론만큼 확실한 백신도 드물어서 반박사례가 없지 않다는 사실만 놓고 무시하기에는 아까운 면이 있다. 투기에서 승리하는 것은 순전히 운에 의한 결과라는 말도 거의 맞는 말이다. 백테스트, 검증의 필요성. 검증되지 않은 패턴은 여전히 노이즈일 뿐이다. 꽤 유의미한 것으로 검증된 패턴이라도 그 자체가 확률적이며 적용 조건에는 필연적으로 한계가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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